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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neoscrum님의 '<아바타>, 지긋지긋한 오리엔탈리즘의 향연'이라는 글(이하 글1)에 옥토씨가 달았던 댓글에 대해, 1월 6일 답변으로 올라온 '영화 <아바타> 읽기'(이하 글2)를 읽고 난 소감이다.

글2와 그 아래 달린 댓글들을 보고서 이 분이 왜 아바타를 '오리엔탈리즘의 교과서'로 해석했는지 조금은 더 알겠다. 그 해석의 근거에 대해 옥토씨는 대부분 동의할 수 없지만, 다소의 논쟁을 지켜본 결과 결국 해석은 자유라는 것으로 귀결되더라. 그러니 이 글에서는 되도록 '사실과 다른 오류'나 '과정의 비약으로 인한 왜곡된 해석'에만 초점을 맞춰보려고 한다.1 (그런데 잘 될지 모르겠다-_-;)

neoscrum님의 글2의 결론은 아래와 같다.
"이 영화는 부시 정권의 침략 전쟁을 부정하는 것 같지만, 결국 같은 전쟁을 오바마 정권의 ‘정의의 전쟁’으로 새롭게 포장하고 있을 뿐이다. 그리고 그들 속에 자리 잡고 있는 백인 우월주의와 흑인과 아시아에 대한 편견을 그대로 영화 속에 녹여냈다. 이는 역사적 사실이나 현재 우리들, 그리고 이라크와 아프카니스탄 민중들의 모습을 의도적으로 왜곡한 것이다. 그게 바로 오리엔탈리즘의 본질이다."

주요 골자는 이거다. 백인 우월주의타 민족에 대한 의도적 왜곡. 이를 어떤 사상과 연결하든 이 후의 부분은 개인 해석으로 남겨두고, 근거에 해당하는 백인 우월주의와 의도적 왜곡, 침략의 포장이라는 부분은 타당한 얘기일까?



■ '백인우월주의' 근거로 언급된 부분

  • (카메론 감독에 대한 부분 중...) "레이건 정권 당시 강한 미국 팍스 아메리카나의 상징이었던 <람보2>의 각색을 담당했었다. <람보2>는 패배한 베트남전을 되돌리고 싶은 미국내 강경 우파의 판타지 압축판이었다."
    : 애초 카메론이 <람보2> 각본을 의뢰받을 때의 조건이 뭐였냐 하면 '영화의 최종 각본은 실베스터 스탤론이 완성시킨다'였다. 스탤론이 카메론의 각본을 자기 취향대로 뜯어고친 결과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그가 등장한 거의 모든 영화와 마찬가지로) 1인 영웅 활극이다. 결국 원래의 각본이 어땠는지 확인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이를 근거로 카메론 감독의 사상을 판단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카메론에 대한 부분은 밑에 언급하겠지만, 그의 성향이 어떤지만 알아도 <아바타>가 오리엔탈리즘과는 거리가 먼 영화라는 것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2 물론 이것은 영화에 정치적 텍스트가 전혀 없다는 말과 다르다.
  • "이 영화에서는 내러티브 뿐 아니라 나레이션과 카메라의 시점(제이크의 1인칭 시점이 자주 등장하며, 카메라의 앵글도 주로 제이크의 시점에 맞춰져 있다. 그가 휠체어를 타거나 누울 때는 로우 앵글, 아바타를 탈 때는 하이 앵글) 등 모든 요소를 이용해서 제이크라는 주인공에게 일체감을 부여하고 있다. 즉, 모든 사건을 제이크의 시선으로 보게 하고 있는 것이다. 제이크는 퇴역 미해병이며, 관객은 그 퇴역 미해병에게 일체감을 느끼게 된다."
    : 요약하면 주인공의 시점에 맞추어져 있고 주인공은 퇴역 미해병이라는 것. 기술적인 부분을 차치하고라도 영화는 주인공에게 일체감을 느끼는 것이 일반적이므로 옳은 말씀이지만 이것만으로는 속단할 수 없다. 흑인이 주인공이라는 이유로 흑인우월주의 영화로 부를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그리고 여기에 쓰인 '자주', '주로', '모든' 같은 표현들은 영화 전체로 보면 일부분일 뿐이다. 주인공은 영화 속에서 나비의 시선으로 새로운 세상을 보며 인간↔나비를 왕복하면서 퇴역 해병으로서의 주인공보다 나비로서의 주인공에 더욱 강한 일체감을 보여준다.
  • "기지내 주요 인물은 모조리 백인이다. 이는 현재 미국의 주요 인종 구성비(백인 85%, 흑인 11%)나 미군의 인종 구성(백인 75%, 흑인·히스패닉·아시안 25%)에도 배치되는데, 이것은 영화 속의 ‘우리들’을 ‘주류 백인들’과 동일시한 결과다. 현상태를 거스르는 이런 모습은 ‘목적의식적 배치’이거나 ‘백인 중심의 편견’을 드러내 줄 뿐이다."
    : 영화의 인종구성이 현실과 같지 않으면 백인중심의 편견이라고 해석할 수 있는가? 그리고 모조리 백인 아니다. 트루디 차콘은 남미계통이다. 기지 내의 일반 병사들은 다양한 인종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좋다. 의도적인 배치라고 하자. 옳고 그름의 기준으로 판단했을 때 그 기지내의 백인들은 나쁜놈으로 드러났는데도 백인 중심이라 할 수 있을까?3
  • "제이크 팀 역시 1명의 여성(남미 백인 혼혈)을 제외하고는 모두 백인이다. 즉, 제이크를 중심으로 한 ‘우리’ 역시 대체로 백인이다."
    : 비슷한 이야기의 반복이다. 여기서 '우리'는 침략자 집단으로서의 인류가 아닌, 그들에게 반기를 드는 몇 안되는 사람들을 말하는 것 같다.
  • "판도라 침략 과정에서 ‘문화선전대’ 역활을 했던 시그니 위버도 ‘우리편’이다. 그 역할에 대해서는 아무런 반성도, 회의도, 문제제기도 없다. (참고 : 미군의 아프간 비밀 용병, 문화인류학자)"
    : 시고니 위버는 침략자로서의 RDA와는 대립관계에서 판도라의 생태를 연구하는 과학자였으며 그녀가 행했던 문화활동의 속성은 애초부터 침략의 반대편에 있었다. 즉 그녀의 목적은 총질로부터 생명을 보호하여 공생하는 것이었던 반면, 아프간 비밀 용병은 효율적인 총질이 목적이니 이 둘을 동일시 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여기조차 반성과 문제 제기가 필요하다면 (이 역시 백인이기 때문이라면), 몇몇 백인의 행동만을 왜곡 선별해서 우월주의의 재료로 삼는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 "다른 판도라 부족들과 연대하자고 제안한 것은 제이크이고, 다른 부족들을 설득한 것도 주로 제이크였으며, 전투도 제이크가 지도한다. (비슷한 상황에 처했던 실제 미국 원주민들은 스스로 단결했고, 자신들의 힘으로 싸워나갔다. 그게 궁금한 사람들은 리틀빅혼(Little Bighorn) 전투를 찾아보길 권한다.)"
    : 결국 이것도 주인공 역할을 백인이 한다는 이야기 같다. 사실 인간을 물리친 가장 큰 힘은 판도라 생태계의 힘이었다. 주인공은 스토리의 원만한 진행을 위해 필요한 역할만큼 수행했다고 보는데, 제이크를 인간 제이크와 나비 제이크로 나눠 본다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오히려 이 영화에서 침략자는 인간인데 인간쪽 주요 인물이 백인이라는 이유로 백인이 우월하다는 주장은 아리송할 뿐이고, 또 주인공이 백인을 배신(?)하고 외계인의 편에서 활약하는데도 여전히 이것을 백인의 우월함으로만 해석한다면 이것이야말로 의도적으로 왜곡된 해석이 아닐까?


점점 줄거리 파악을 못하신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옥토씨도 이 영화를 3번 밖에 감상하지 못해 세세한 디테일까지 외우진 못하지만 대부분의 장면은 아직도 생생한데, 글2를 읽어 내려갈수록 이런 의심을 갖게하는 부분이 많아진다. 본인 스스로 줄거리보다는 구조를 보려고 한다 하셨는데, 이런 감상법은 대부분의 영화에서 알맹이는 놓치고 껍데기만 챙기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 '타 민족에 대한 의도적 왜곡(+침략의 합리화)'의 근거로 언급된 부분

  • "‘과학의 생산물로 둘러싸인’ 기지내의 모습과 ‘비현실적이고, 몽환적인’ 행성의 모습 대비. 이는 기지내의 사람들과 판도라 행성의 외계인에 대한 관객의 이해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실재하는 미국인들과 비실재적인 눈 쭉 찢어진 외계인들."
    : 비현실적으로 아름다울 망정, 과학적인 측면에서는 굉장히 현실적이며 이것은 카메론 감독의 오랜 성향이다. 이는 관객의 이해에 많은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영화를 제대로 봐야 한다. 이 영화는 비현실적이고 몽황적인 그림들을 판타지의 영역에서 과학의 영역으로 끌어올렸다. 때문에 3D에 대한 찬사 일색인 지금보다 더 높은 평가를 받을 자격이 있으며 비주얼이 주는 충격보다도 아이디어가 주는 충격이 더 오래 갈 것으로 생각되는 작품이다. 그리고 이 영화를 본 대다수의 사람들은 눈 쭉 찢어진 외계인이 아닌 매력적인 외계인으로 생각한다.
  • "판도라 외계인들은 모두 아시아인과 흑인들의 모습을 띄고 있으며, 문화적으로는 과거 ‘백인들의 눈에 비쳤던’ 아메리카 원주민의 모습을 재현하고 있다. 이 역시 ‘목적의식적’으로 배치한 인종 구성이다."
    : 옥토씨가 보기엔 모두 아메리카 인디언+아마존 원주민+곤충+고양이처럼 생겼지 아시아인 같지는 않았다. 글에 자주 등장하는 '아시아'에 대한 부분이 너무나 개인적이다. 하다못해 주변에서 <아바타>를 감상한 많은 지인들이나 온라인 상의 리뷰에서도 아시아인 닮았다는 견해는 접하지 못한 듯 하다.
  • "기지내 사람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판도라인들의 문화적, 역사적 배경이나 사회내부의 모습, 내부의 의사소통 과정 등은 거의 드러내 보이지 않는다. 이는 내부의 ‘이유’, 논리, 논쟁, 갈등, 소통의 모습을 보여주는 기지내 사람들과 대비를 이룬다. 철저히 외부 관찰자적 관점에서만 접근하고 있다. 이는 ‘백인의 눈에 보이는 아시아인과 아프리카인’에 대한 현재적 재현이라 할 수 있다."
    : 옥토씨는 나비의 논쟁, 갈등, 소통, 나아가 생소한 문화 및 환경 등도 생생히 기억난다. 상대적이라고 하셨는데 제이크가 판도라인이 아니기 때문에 관찰자일 수 밖에 없음에도 기지내에서 더 보여주는 모습이라고는 갈등 말고는 별로 없다. 반면 기지내에서 보여주지 못하는 (주로 문화적인) 모습들을 나비를 통해 많이 보여주기도 했다.
  • "판도라 외계인들은 외부에 ‘반응’만을 할 뿐 스스로 기획하거나, 계획하거나, 주체적으로 활동하지 않는다."
    : 외부에 반응만을 한다는 부분이 애매한데, 외부에 반응하지 않으면 어때야 할까? 인간이 침략하기 전에는 평화롭게 살았기 때문에 그들은 침략이라는 낯선 상황에 대해 단지 '주체적으로' 싸워서 몰아내는 정도의 반응밖에 할 수 없었던 것 아닐까?
  • "첫 번째 대규모 침략 때, 판도라 외계인의 제사장은 침략자의 일원이었던 제이크에게 구해달라는 요청을 한다."
    : 삶의 터전인 홈트리가 쓰려지려 하는데 그들과 인간을 연결하는 끈인 제이크가 바로 옆에 있다. 부족의 결정권자라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  할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인 행동을 했다고 본다. 그가 도와주지 않는다면 일말의 희망도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요청이 지배의 정당화를 뒷받침할 근거는 되지 않는다. 오히려 영화 전반적으로 침략과 지배를 일관되게 비판하고 있으며 끝까지 외부의 누구도 나비를 지배하지 않았다. 제이크가 일족을 단결할 때도 나비로서 도와주었을 뿐이고, 발언을 할 때도 (자신이 토루크 막토임에도) 족장인 수테이의 허락을 받고 말했을 정도로 지배와는 동떨어진 모습을 보여준다. 마지막엔 제이크가 족장이 되었을테지만 앞선 이유들로 인해 개인적인 이익이나 지배욕구와 무관하게 나비의 일원으로서 삶을 살아가리라 예상된다.
  • "판도라 외계인은 ‘전사’를 존중하고 ‘전투적’이지만, ‘전쟁’에는 무지하다."
    : 평화적이고 기술적 측면에서 약자의 입장이기 때문이다. 인간이 침략하기 전에는 평화롭게 살았을 것이므로 야생에서의 삶으로 인한 개인의 높은 전투력과는 별개로 대규모 전쟁에는 무지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지구에서도 종종 볼 수 있는 야생부족의 특질일 뿐 별다른 의도가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 "첫 침공으로 족장과 삶의 터전을 잃었음에도, 이들은 시그니 위버를 구하기 위해 전 부족이 모든 노력을 기울인다. => 시그니 위버는 ‘우리들’ 중 한 명이었기 때문에, 그는 족장보다도 중요하다. 외계인들에게 조차도."
    : 시고니 위버에 대한 반감은 애초부터 거의 없었다. 열혈청년 수테이만 빼고... 제이크가 비록 자신들에게 거짓말을 했지만 그가 아니었어도 어차피 불도저로 밀어버렸을 홈트리였다. 제이크의 행동 역시 그들을 위한 것이었음을 그들도 알고 있으므로 홈트리가 쓰러진 책임은 제이크에게 없다. 어쨌든 홈트리는 쓰러졌고 삶의 터전을 잃어 절망 뿐인 그들 앞에 전설의 존재인 토루크 막토가 나타났는데 돕지 않을 이유가 없다.
  • "판도라 외계인들은 제이크가 ‘전설의 용(혹은 새) 투르크’를 데려오자, 일시에 모든 거부감을 떨쳐내고, 그를 ‘지도자’로 받아들인다."
    : 위에 설명했듯 재앙의 원인은 제이크에게 있지 않았고 비록 제이크가 그들을 속였지만 삶의 터전을 잃은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닐 정도로 거대한 절망에 직면해 있는 상황에서 토루크 막토가 나타났다. 토루크 막토 대해 나비족 모두가 알고 있는 전설을 통해 그가 얼마나 절대적인 존재인지 짐작할 수 있다. 문자 그대로 구세주가 나타났는데 가라고 할까?-_-


■ 기타 이견들 및 카메론 감독에 대한 오해

  • "헐리우드의 대형 블록버스터 영화는 대중의 경향을 잘 거스르지 않는다. 그래서 역으로 흥행작들의 분석을 통해서 사회·의식적 상태를 분석할 수도 있다."
    : 반드시 그렇진 않지만 그런 사례가 많다는 것에는 동감한다.
  • "내가 기억하는 제임스 카메론은 ① 상업적 감각이 뛰어난 감독이다. (영화 ‘상품’을 만드는 사람이다. 대중의 의식을 거스르거나, 앞서 가거나, 모험을 걸지 않는다. 주류 이데올로기에 지극히 순종적이다. 홍보비에 엄청난 돈을 들이붓는다. ‘낯설게 하기’ 등의 기법을 부정한다. = 몰입도가 높다. 등등)"
    : 상업적 감각이 뛰어나다는 부분은 동의하지만 그 외는 좀 아리송하다. 홍보비에 돈을 붓는것은 배급사이다. 그리고 높은 몰입도는 익숙한데서 나오기보다는 짜임새 있는 각본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진부한 기법들이 몰입을 방해하기도 한다. 옥토씨가 아는 카메론은 주류 이데올로기와 무관하게 자신이 좋아하는 작품을 찍는 사람이며 주관이 뚜렷하여 자신의 고집을 관철시키기 위해서는 모험도 마다하지 않는 사람이다. 카메론은 대개 촬영장의 독재자 정도 이미지로 알려져 있지만 자신이 직접 출연하는 3편의 다큐를 보면 그가 대단히 과학적이며 난관에 부딛칠 때마다 참신하고 독창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는, 한마디로 '틀을 깨는' 사람임을 알 수 있다.
  • "② 특수효과 감독 출신으로 새로운 영상 기법에 상당히 치중한다."
    : 카메론은 물리학 전공에 트럭 운전사 출신이기도 하다. 특수효과로 데뷔했지만 시나리오 작가, 촬영, 영상 테크놀러지 등 영화 제작에 관한 모든 분야의 전문가이기도 하며 이것이 촬영장의 독재자일 수 있는 이유이다. 따라서 특수효과 감독 출신이라는 표현은 오해를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있다. 카메론은 새로운 영상 기법을 스스로 창조해왔던 사람이지만 기법보다는 효과의 완성도에 더욱 치중하며 당대에 아무리 좋은 기술이 있어도 (그의 기준에) 현실감이 떨어진다면 과감히 들어내는 모습을 보여왔다. 이미 <어비스> 시절부터 CG의 선구자4였음에도 <아바타> 이전까지 아날로그 기법을 훨씬 많이 써 왔다는 사실이 이를 말해준다. <타이타닉> 의 배가 기울어지는 장면에서도 굴러 떨어지는 사람들은 원래 진짜 사람으로 촬영할 계획이었으나 너무 위험하다는 이유로 CG 쪽으로 계획을 변경했다. 당시 최고 수준의 기술이었음에도 그 장면을 지금 보았을 때 사람들에게서 CG의 티가 나는 것을 보면, 그의 선택이 얼마나 완성도에 기준을 둔 것인지 알 수 있다. <어비스>의 SE판을 낼 때는 해일 씬의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이유로 보정 작업을 마치는데 3년이나 걸려 출시했다.5 한마디로 원하는 완성도를 위한 더 좋은 아이디어와 방법을 추구하지 절대 새로운 기법에 치중하지는 않는다.
  • "③ 몰입이나 내러티브를 위해 과학적 논리를 종종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SF적인 요소를 자주 차용하지만, 정통 SF와 달리 과학적인 엄밀성이나 논리성을 추구하지는 않는다.)"
    : 이게 가장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생각한다. 도대체 어느 영화의 어떤 부분이 그런 경향을 보이는지 알고 싶다. 단, <트루 라이즈>의 핵폭탄 키스씬 등은 예외다.6 혹시 옥토씨가 놓친 부분이 있다고 해도 동시대에 가장 '과학적이고 말이 되는 이야기'를 만드는 감독 중 한명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아바타>의 과학적 설득력은 앞선 포스팅에서 지겹게 이야기 했고 글1에 트랙백까지 걸었는데 아무래도 외면당한 듯 하다.
  • "④ 레이건 정권 당시 강한 미국 팍스 아메리카나의 상징이었던 <람보2>의 각색을 담당했었다. <람보 2>는 패배한 베트남전을 되돌리고 싶은 미국내 강경 우파의 판타지 압축판이었다."
    : 앞서 부정했다.
  • "⑤ <터미네이터 2> 에서 그는 강하게 ‘기술결정론적 세계관’을 드러냈었다. 난 그의 기술결정론을 경멸한다. (기술결정론이 뭔지 모르는 분은 참조 : 기술결정론과 사회결정론)"
    : 기술결정론을 경멸하는 것은 개인 자유지만 이런 논리 하나로 모두 설명될 수 있는 세계관이 어디 있을까 싶다. 옥토씨도 기술결정론에 부분적으로 동의한다. 시대를 막론하고 도덕적 성숙을 넘어서는 기술은 인간의 역사를 피로 물들여왔다. 아마존의 원주민에게 최첨단 문물을 전해준다면 어떻게 될까? 문화적 충격을 겪고 몰락하거나 또 운이 좋아 문명의 이기를 받아들인다 해도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서로 물어뜯게 될 것이다. 원자폭탄도 좋은 예다. 언제나 직접 겪지 않고서는 성숙해지지 못했던 인간의 역사로 미루어 T2의 설정은 (만족스럽진 않을지 몰라도) 설득력 있었다. 도덕적 나약함이 <T2>에서 인간의 파괴 본능이라는 말로 설명되었지만 기술을 잘못 사용하는 인간에 대한 반성과 고민 역시 영화의 골자였으며, 단지 인간의 나약함에서 그치지 않고 이를 부정하고자 하는 노력과 희망을 보여주며 끝난다 . "...a machine, terminator learned about the value of human life, maybe we can too."  기술결정론(혹은 그에 대한 회의)은 <T2>가 담고 있는 화두 중의 하나일 뿐이며 카메론 영화에서 거의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주제의식은 인간성에 대한 성찰이었다.
  • "그래서 현재 미국의 SF 팬들은 영화 <아바타>를 ’Call me Jake'라고 조롱하며, 크레딧에 폴 앤더슨을 포함시켜야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카메론은 <터미네이터>를 만들 때에도 SF 작가인 할란 엘리슨으로부터 표절로 고소당해서 지금은 <터미네이터>의 크레딧에 할란 엘리슨의 이름이 올려져있다."
    : 카메론이 크레딧에 할란 엘리슨의 이름을 넣어주는 것으로 타협했지만 이것을 표절 인정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사실 <터미네이터>가 절정의 흥행를 보이고 있는 시점에서 할란 엘리슨의 법적 대응은 카메론 감독이 <터미네이터>의 성공으로 이룩한 모든 것을 잃게 만들 수도 있는 액션이었다. 따라서 당시에는 이름 한 줄 넣어주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방법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카메론은 여전히 터미네이터가 자신이 창조한 이야기라고 주장하고 있으며 <T2>에서도 비디오에 할란 엘리슨의 이름을 뺐다가 또다시 40만불을 뜯기고(?) 나서 포함시키기도 했다. 이 때도 타이밍이 아주 절묘했다. 이런 해프닝에도 불구하고 누구나 터미네이터를 할란 엘리슨의 작품이 아닌 제임스 카메론의 작품으로 인정한다. 이는 SF에 흔하게 쓰이는 소재와 분위기 상의 유사점을 이유로 표절을 단정짓기는 어렵고 또한 아무리 비슷한 재료를 쓰더라도 카메론의 손을 거치면 완전히 다른 작품으로 재탄생되기 때문일 것이다.(참고)
  • "영화내에서 성격과 가치관의 변화가 입체적으로 드러나는 사람은 제이크 뿐이다. 다른 이들의 경우 피상적이거나 수동적인 변화, 혹은 평면적인 모습만을 보여준다. ."
    : 그레이스 박사는 처음부터 일관된 모습이었으니 뺀다 해도, 노엄 스팰먼이나 트루디, 샐프리지의 경우에도 성격이나 가치관에 있어 갈등과 변화를 묘사하는 장면들이 곳곳에 들어있다. 이 장면들에 주인공인 제이크만큼 골고루 비중을 할애했다면 <스파이더맨3>처럼 집중력 없는 영화가 되고 말았을 것이다.7
  • "갈등 : 이 영화에서 주요한 갈등은 탐사대와 판도라 외계인의 갈등이 아니다. 영화 속에서 주요한 갈등은 퀴리치 대령과 제이크이고, 판도라 외계인들은 그 갈등의 배경을 이룰 뿐이다. 이 이야기는 탐사대 ‘자신들’ 내부의 이야기다. 퀴리치 대령은 이 갈등을 무기와 폭탄으로 해결하려 하고, 제이크는 원주민을 동원해 해결하려 한다.
    그리고 퀴리치 대령의 죽음으로 주요 갈등이 해결되자, 그 외의 '소소한 갈등'인 탐사대와 판도라 외계인의 갈등, 제이크와 외계인 약혼자와의 갈등, 판도라 행성 부족 간의 갈등 등은 모두 녹아서 사라진다."

    : 이 영화의 주요한 갈등은 제이크와 쿼리치의 갈등도 되지만 그보다 더 고차원적인 갈등이 존재한다. 바로 제이크를 중심으로 한 주요 인물들의 옳고 그름에 대한 갈등이다. 자신이 속한 종과 옳은 선택을 두고 인간적인 고민, 정체성에 대한 고민, 윤리적인 고민 등을 하지만 그들의 선택을 결정짓는 것은 하나의 사건이 아닌 그 이전까지 진행된 영화의 줄거리 전체였다. 영화를 다시 보면 알겠지만 소소한 갈등은 이미 쿼리치의 죽음 이전에 다 해결돼 있었고 싸움을 끝내기 위해 쿼리치의 죽음은 꼭 필요했다(순서가 틀렸다!). 싸움의 결과에 상관 없이 탐사대와 나비의 갈등은 어느 쪽으로든 해결될 수 밖에 없다.  설명 없이 해결된 갈등도 없다.

  • "제이크 역시 ‘자발적으로 입대했던’ 해병 출신이다. 그의 해결 방식은 ‘투르크를 이용한 권력 쟁취, 외계인에 대한 지도와 계몽, 선동, 전쟁’이었다. 외계인들은 제이크의 욕망을 실현시켜주는 대상일 뿐이었다. 그리고 이 영화는 그 과정을 ‘아름답게’ 보여준다. 이는 오바마가 ‘무력으로 권력탈취, 계몽(?), 지배’의 과정을 ‘정의로운 전쟁’이라 불렀던 것과 일치한다. 오바마에게 있어서도 이라크과 아프카니스탄은 자신들의 이익을 실현시켜줄 ‘대상’일 뿐이다."
    : 앞서 말했듯 제이크는 권력을 이용해 지배하려 하지 않았고 심지어 토루크를 자연으로 돌려보냄으로써 절대권력은 어떠해야 하는가에 대한 하나의 해답도 준다. 여기서 다소 과격한 표현으로 나열된 제이크의 해결방식은 뭐에 대한 해결방식이었나? 지배하는 쪽에 대항하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이를 미국의 이익 실현과 동일시하는 것은 제이크의 포지션이 어느쪽인지 무시한 채 좌우를 넘나드는 주장이다.



■ 정리

편향된 시각으로 엉뚱한 해석이 나온다 한들 어떤가? 하지만 neoscrum님은 그 다양성을 용납하지 않고, 자신이 읽은 것과 같은 메시지를 읽지 못한 채 영화에 열광하는 사람들을 멍청이로 못박았다.
글2의 논리에는 카메론 감독에 대한 오해와 반감이 깔려 있으며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인정하기 힘든 부분을 무리해서 단정짓고 이를 바탕으로 오리엔탈리즘이라는 하나의 해석으로 비약했다. 옥토씨는 위에 언급한 이유들로 영화 안에서 어떤 침략도 합리화되지 않았다고 생각하며 (관객들이 침략에 무의식적으로 동의하게 만드는 부분도 발견할 수 없었다) 마찬가지로 백인우월주의나 타 민족에 대한 의도적 왜곡에도 동의할 수 없다. 대부분의 장면들이 인과관계가 분명한 필연적인 흐름 위에 놓여있을 뿐 언급된 의도적 연출이라 의심하기엔 무리가 많다고 생각한다. 또 주장에 대한 '사실로 인정할 수 없는' 근거들도 발견할 수 있었다. 따라서 이정도의 불확실한 논거들로는 제시한 결론에 도달할 수 없다고 본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옥토씨가 모르는 것일수도 있지만 많이 안다고 아는 것에만 맞춰 해석할 필요도 없다. 거장 스탠리 큐브릭 감독님은 이런 말씀을 하셨다. "영화를 원하는 대로 보지 말고 보이는 대로 보라."8

  1. neoscrum님이 글1에서 <아바타>에 열광하는 사람들을 충분한 논거도 없이 바보로 묘사한 데다가 글 첫머리의 적극적인 반감을 보고 반론은 소용없겠다는 생각이 들어 간단한 댓글과 트랙백만 걸고 말았다.
    이 글은 피드백으로 올라온 글2의 객관성 없는 논거를 바탕으로 한 논증에 대한 것이며, 해석의 다양함과 그 해석의 정당함은 별개의 문제임을 미리 밝히는 바이다.
  2. 뛰어난 상업적 감각과는 별개로 비판적인 시각에서 인간의 도덕성에 대한 코드를 일관되게 부여해 왔지 주류 이데올로기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감독이다. 주류 과학이라면 모를까...
  3. 차별에 대해 이렇게까지 민감할 필요가 있나 싶다. 영화에서 여성의 수가 적으니 성차별이라는 것과 다르지 않아 보이며 지금 시대에 이런 시각을 갖는 것은 열등감만 자극할 뿐이다(물론 사회적으로 차별이 완전히 없어졌다는 뜻은 아니다). SF 판타지 어드벤처 영화에서 이런 부분까지 보상해주어야 하는가?
  4. <어비스>의 물기둥 부서지는 장면을 위해 사용되었던 프로그램이 후에 포토샵이 된 것은 유명한 전설이다.
  5. 물론 그 장면은 20년이 되어가는 지금 봐도 진짜 해일같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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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장르가 코미디이므로 그정도 황당함은 넘어가야 한다.
  7. <스파이더맨3>는 못만든 영화는 아니었지만 주연급 모두에게 공평한 대우(?)를 함으로 인해 포커스를 잃고 산만해지는 결과를 낳게 되었다.
  8. 정확히 어떤 표현이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의미는 이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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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AVATAR

    Tracked from Needlworks/TNF 블로그 2010/01/13 15:54  delete

    거의 9개월 만의 글이군요. 다들 아시겠지만, 영화 아바타(AVATAR)가 요즘 화제입니다. 저만 해도 가족과 함께 디지털3D로, 또 따로 용산CGV에서 IMAX로 두 차례 관람했을 정도죠. 이 영화, 사람에 따라 영상미를 중점으로 보는 사람도 있겠고 '나는 트랜스포머가 더 좋아' 이런 사람도 있겠지만 할 얘기 참 많은 영화입니다. 이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으니 아직 안 보신 분은 안 읽으시는 걸 권해드립니다. 아래는 영화의 내용을 제 나름대로...

  2. Subject: <아바타>와 카메론의 사이비 과학

    Tracked from The Dispossessed 2010/01/14 02:01  delete

    영화 <아바타>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가 오가고 있는데, 지난번에 올렸던 ‘영화 <아바타> 읽기’에 대해서 민노씨와 okto79님이 긴 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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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uenlive 2010/01/11 22:27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막 쓴 글에 대해 너무 열띤 분석 및 반박글은 건강에 해롭습니다만, 그래도 반박에 약간 덧붙이면...

    기지내 주요 인물은 모조리 백인이다.

    이게 왜 인종 편견의 근거가 되는지 모르겠군요.
    어짜피 지구인은 이 영화에서 "악당" 아닌가요?
    인종 역차별이라면 모르겠지만...

    카메론은 <터미네이터>를 만들 때에도 SF 작가인 할란 엘리슨으로부터 표절로 고소당해서 지금은 <터미네이터>의 크레딧에 할란 엘리슨의 이름이 올려져있다.

    본문에도 적으셨듯이, [터미네이터] 시리즈를 할렌 엘리슨의 작품이라 생각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솔까말, 전 그 사람의 이름이 맞는지도 모르겠네요. 이 문제를 엘리슨 이외의 사람이 문제제기한다는 점이 우스울 따름입니다.

    다른 판도라 부족들과 연대하자고 제안한 것은 제이크이고, 다른 부족들을 설득한 것도 주로 제이크였으며, 전투도 제이크가 지도한다.

    주인공이 다 하는 걸 문제삼는다면... 그냥 영화라는 장르를 안 봐야죠...
    [수퍼맨]에서 렉스 루더를 로이스 레인이 해치우는 것을 보고 싶은 건가요?

    영화내에서 성격과 가치관의 변화가 입체적으로 드러나는 사람은 제이크 뿐이다. 다른 이들의 경우 피상적이거나 수동적인 변화, 혹은 평면적인 모습만을 보여준다.

    영화를 조금만 더 집중해서 봤더라면 노엄 스팰만과 제이크 설리의 관계의 변화나 스펠만의 생각의 변화를 읽을 수 있었을 겁니다.
    이 정도가 만족스럽지 않다면 글쎄요... [다크 나이트] 외엔 딱히 추천할 영화가 기억나지 않습니다.



    뭐, 따지고 싶은 구석들은 더 많지만, 너무 많이 따지면 제 스스로도 건강에 해로울까봐 여기서 도망~

  2. 페니웨이™ 2010/01/12 09:53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카메론의 작품에 나타난 백인우월주의에 대한 부분은 좀 다른 쪽으로는 할 얘기가 있긴 한데 일단 본문에서 지적한 저 분의 논리는 상당히 비약적이군요. 하나만 꼽자면,

    "기지내 주요 인물은 모조리 백인이다. 이는 현재 미국의 주요 인종 구성비(백인 85%, 흑인 11%)나 미군의 인종 구성(백인 75%, 흑인·히스패닉·아시안 25%)에도 배치되는데, 이것은 영화 속의 ‘우리들’을 ‘주류 백인들’과 동일시한 결과다. 현상태를 거스르는 이런 모습은 ‘목적의식적 배치’이거나 ‘백인 중심의 편견’을 드러내 줄 뿐이다."

    -> 그럼 한국에서 만드는 영화에 한국배우만 나오는 건 지독한 한국인 중심의 편견이겠군요. ㅡㅡ;; 국내 재외국인들의 퍼센테이지를 따져도 한 두명 정도는 동남아인들이 나와줘야 된다는 얘긴데.. 헐..

    • Sleepy 2010/01/12 20:19  address  modify / delete

      저도 카메론 작품에서 흑인이 단독주연 맡는 날이 오길 기다리는 사람 중 하나이긴 한데요, 저 글의 <아바타>에 대한 주장은 좀 수긍하기 힘들더군요. 좀 왔다리갔다리 하는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3. 구차니 2010/01/12 12:29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절대권력은 골룸에게로 ㅋㅋㅋ (먼산)

    글이 길어서.. 리플은 다음에 달께요 ㅠ.ㅠ

  4. 구차니 2010/01/14 13:12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이번에 재미난 기사가(?) 떴더라구요.
    판도라에 살고싶어서 자살하거나 우울증에 걸린 사람들에 대한건데 음..

    http://www.mdtoday.co.kr/mdtoday/index. ··· page%3D1

    어쩌면 처음에 3d로 볼때 무덤덤했던건 이런것에 대한 방어기제가 아니었을까 생각이 드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