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에 올렸던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 에서 글의 과학적 엄밀성 부분에 대해 neoscrum님이 지적해주셨다. 옥토씨도 <아바타>에서 설명이 안된 부분만 따로 정리해 글을 올릴까 했으나 이에 대해 워낙 좋은 지적들이 많고 필력이 딸리기도 하여 생략하기로 했다. neoscrum님의 글 '<아바타>와 카메론의 사이비 과학'도 풍부한 정보를 바탕으로 잘 작성되어 있는데, 이 글이 나온 것은 명백히 옥토씨의 과도한 리액션이 원인이라 하겠다. 바쁘신 분을 괜히 고생시켜드린 것 같아 마음이 편치 않다. 해당 글에 대한 피드백은, 글에 일면 동감하는 부분도 있고 반박을 위한 글을 좋아하지도 않으며 천성이 게으른데다가 추가 포스팅으로 상호간에 불편함만 가중되까봐 정말 건너뛰려고 했는데 어제 트랙백이 또 와부렀다;; 문득, 장문의 글을 쓰게 만들어 놓고 소감도 안남기면 안되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어 급하게 주말을 할애했다.
발단이 된 부분은 아래와 같았다.
"이게 가장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생각한다. 도대체 어느 영화의 어떤 부분이 그런 경향을 보이는지 알고 싶다. 단, <트루 라이즈>의 핵폭탄 키스씬 등은 예외다. 혹시 옥토씨가 놓친 부분이 있다고 해도 동시대에 가장 '과학적이고 말이 되는 이야기'를 만드는 감독 중 한명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아바타>의 과학적 설득력은 앞선 포스팅에서 지겹게 이야기 했고 글1에 트랙백까지 걸었는데 아무래도 외면당한 듯 하다."
옥토씨의 저 멘트를 이렇게 엄격하게 받아들이실 줄은 몰랐다. 변명을 좀 하자면 평소 카메론 감독을 좋아하다 보니 감독이 소문난 완벽주의자라는 점을 익히 알고 있었고, 이번에도 3차례를 관람하면서 <아바타>의 각 장면들을 관찰하면 할수록 혀를 내두르게 만드는 꼼꼼함을 발견할 수 있었다. 보통 첫감상은 흐름에 집중해서 보고 두번째 부터는 디테일에 신경을 쓰는 편인데, 일찍이 영화를 위해 카메론이 개발한 (이제는 범용이 되어버린) 수중 장비들이나 역사 속 타이타닉호의 침몰 원인을 밝혀낸 점, 그래서 그 전까지 타이타닉을 다뤘던 어떤 다큐멘터리보다 영화 <타이타닉>이 실제와 가깝다는 사실 등 때문에 아바타에도 기대를 많이 했었다. 세번째 관람하면서는 손발가락의 개수 외에 인간 아바타와 나비의 체형이나 근육 모양에도 차이가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었지만 그냥 억측일거라고 생각하고 말았는데, 정말로 토종과 잡종의 골격과 체형을 구별지어 디자인했다는 사실을 알고 좀 심하다는 생각마저 들면서 한편으로는 아티스트들이 얼마나 고생했을까 상상하니 안쓰럽기도 했다. <아바타>에 녹아있는 감독의 완벽주의는 나중에 기회가 되면 따로 포스팅 할 생각이지만 사소한 부분 하나만 더 언급하자면 이크란을 타고 비행할 때 이마에 두르는 띠도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눈을 보호하는 장구다. 자세히 보면 눈 부분에 투명한 스포일러가 붙어있다.

고속으로 비행할 땐 내려쓴다.
아뭏든, 영화에 적잖이 감격해 있는 상황에서 '영화 <아바타> 읽기'의 해당 부분은 옥토씨에게 찬물을 넘어 카메론이 영화 대충 만드는 감독이라는 뉘앙스를 느끼게 하기 충분했기 때문에 그런 표현으로 대응했던 것이다.1 옥토씨의 취지는 뒷부분의 '과학적이고 말이 되는 이야기를 만드는 감독 중 한명'이라는 것이었음에도 첫 문장의 '도대체 어느 영화의 어떤 부분이...'는 지금 생각해도 무안하기 짝이 없다. 오류 없는 영화가 인간의 영역이겠는가? 아마 neoscrum님도 저것을 문자 그대로 받아들이지는 않으실거라 조심스레 짐작(혹은 기대)했는데 암튼 바쁘신 와중에도 장문의 글이 올라오니 황송할 뿐이다.
그러나 황송은 황송이고 소감은 소감이다ㅎ 막상 남기려고 하니 또 길어질 것 같은 생각이 들어 적잖이 난감해진다. 순서대로 보겠다.
두 분의 글을 읽어보면 대부분이 ‘해석’과 ‘입장’에 대한 것이라, 그에 대해서 또 다시 반론하거나 토론을 부칠 생각까지는 없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아바타>에 그렇게 또 시간을 투자할 정도의 애정은 없거든요. 그런데 okto79님이 올린 글 중 ‘과학적 엄밀성’에 대한 언급은 의견이 아니라 사실 확인의 문제라, 그에 대해 이야기 하려 합니다.
일단 사실과 다른 부분이나 줄거리 숙지의 미비로 인한 왜곡에 대한 지적을 생략하고 대부분 해석과 입장에 대한 것이라고 뭉뚱그려진 점은 아쉽다.
장르가 SF이든 판타지이든 그것이 영화인 이상, 즉 그 목적이 영상으로 표현되는 복합적인 정보나 이야기의 전달이고 과학적 고증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면 설명은 생략될 수도 있다. 지나친 친절함이 영화에는 독이 될 수도 있으니까. 나머지는 관객이 상상하면 되는 것이고 이러한 생략이 반드시 과학성을 해치는 것은 아니다. 물론 이것이 완전히 허황된 이야기조차 정당화시킬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과학적으로 엄밀한 하드SF의 예로 들은 <라마와의 랑데뷰> 같은 경우, 라마 내부의 사실적인 묘사에 비해 우주 파수대와 행성연합이 (개연성을 떠나) 시간적 배경에서 말이 된다고 생각하는가? 만약 neoscrum님이 정말 위의 첫 문단과 같이 생각하셨다면 <라마와의 랑데뷰>가 과학적으로 엄밀하다고 믿어선 안된다고 생각한다. <스타 워즈>와 <Singing in the Rain>을 비교한 부분은 의아하다. 스타워즈의 과학적 오류들은 이미 유명하다. <Singing in the Rain>을 정통 SF라고 부를 수 있다는 것은 과학적 엄밀함의 관점에서 오류가 있고 없고를 두고 위 두 영화를 비교한 것일텐데 정말 후자를 공상과학이라 생각하는건 아닐테고 저 말이 뭐가 의미심장한지도 모르겠다.
과학적 엄밀성을 제대로 지킨 영화의 예로 언급하신 <가타카>, <2001>, <콘택트>도 진심으로 엄밀하다고 생각하시는지 의문이다. 저 중 <가타카>는 오래되서 옥토씨가 기억이 가물가물 하다. 감동적인 영화였지만 사람 신체스펙을 옵션으로 조합해 태어나게 할 정도의 생명공학 시대에 하반신 마비를 못 고치는게 가당키나 한가라는 의문은 지금도 변함 없다. DNA 합성으로 아바타를 만드는 시대에 제이크가 돈 때문이 아니라 기술이 없어서 불구라는 얘기와 똑같다. 그리고 <가타카>는 비교적 과학적 오류로부터 안전한 영화에 속한다. <2001>은 옥토씨가 워낙 경외시하는 영화라 예의상 생략하겠다. <콘택트>로 가면(물론 매우 좋아하는 영화지만) 할 말이 많아진다. 목성 라디오 방송 오류는 유명하고, 공간 워프(웜홀로 캡슐만 쏙 빨아들인다던지 웜홀을 만들어내기 위한 대량의 에너지에 대한 설명은 외계인 기술이라는 멋진 설명으로 대신한다)나 그 크기와 지속 시간 등에 대한 이견도 많다. 라디오파나 헤드폰 오류등 검색해보면 계속 찾을 수 있겠지만 아무리 폄하하려고 발악해도 이 영화는 <유년기의 끝>, <사랑으로 충만한 우주>와 궤를 같이 하는 훌륭한 주제 하나로도 모든 단점을 커버하고도 남을만한 영화인데 내가 발견하지도 못한 단점을 더 찾아 뭐에 쓸까 싶다. <라마와의 랑데뷰>도 마찬가지지만 위의 작품들은 완전무결함이 아니라 훌륭한 부분 때문에 걸작으로 인정받는 것이라 생각한다.
SF의 레전드 취급을 받는 영화 중에는 과감한 세계관을 다루는 영화가 매우 적다. 카메론의 인터뷰에서 <아바타>를 두고 '액션 어드밴처 판타지'이며 SF라 부르지 않은 데는 판타지의 장르적인 한계를 인식했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그럼에도 옥토씨는 아직까지 <아바타>처럼 작품의 각 판타지적 요소를 과학으로 설명 가능하게 끌어올린 영화는 보지 못했다.
<아바타>에 사용된 대부분의 과학 용어가 사이비 과학이었다고 하셨다. '대부분'이라는 수식어에 동의하지 않지만, 말 나온 김에 덧붙이면 옥토씨는 소위 사이비 과학(pseudo science)에 대해 호의적이다. 표현이 사이비라 그렇지 100년 전 사람들이 지금의 휴대폰이나 인터넷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면 분명 사이비라고 말했을 것이다. 통신위성의 개념을 (공식적으로) 최초로 제창한 故 아서 C. 클라크 경의 아이디어에 대해 당시의 과학자들도 터무니 없다고 말했다. 그 아서 클라크 경도 스탠리 큐브릭 감독과 <2001>의 영화화 각색을 위한 논쟁에서는, HAL이 데이브의 입모양을 읽고 대화 내용을 알아내는 부분이 불가능한 기술이라며 반대했었다. 상대성 이론은 또 어떤가? 가까이는 빌게이츠 -뛰어난 선구안과 천재적인 마케팅 재능으로 지금의 위치에 오르게 되었지만 젊은 시절에도 개발자로서 천재 소리를 들었던 사람이다-의 예언도 그렇다. 개인용 컴퓨터의 메인 메모리는 640KB면 충분하다고 예언한게 1981년인데 지금 개인용 컴퓨터의 메모리 용량은 그보다 만배는 커졌다. 불과 20년 전만 하더라도 현재의 인터넷이나 모바일 환경을 상상할 수 있었을까? 하물며 웹 자체가 플랫폼이 된다던지 웹브라우저가 OS가 된다는 생각은 5년 전만 해도 거의 미친 소리였다. 가까운 미래를 예측하는 것도 이토록 어렵다는 것을 역사가 증명해 준다. 어느날 갑자기 외계인과의 접촉이라도 일어난다면? 양자컴퓨터나 HAL과 같이 heuristic한 로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컴퓨터가 개발된다면 그 후에 발생할 현상에 대해 설명이 가능할까? 설명은 커녕 상상할 수도 없을것이다. 꿈같은 이야기가 아니다. 지금도 이에 근접하기 위한 노력은 무수히 진행 중이며 heuristic '근접한' 로직으로 두루 쓰이는 mathematica 같은 소프트웨어도 존재한다.2
"미래에는 그정돈 될거야"라는 막연한 짐작을 지금의 과학적 상식에서 반박할 수 있다고 해도 그 미래가 멀수록 신빙성은 급격히 낮아질 것인데, 하물며 지금 설명하기 힘들다는 이유로 사이비 과학을 무가치한 것으로 폄하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생각한다. 실용적인 많은 이론들이 pseudo-science에서 출발했으며 수학의 난제들도 증명되기 전까지는 모조리 사이비일 뿐이다.
이쯤 되면 옥토씨와 neoscrum님의 기준이 어디서 갈리는지 분명해진다. 매니악한 사람들의 모임 분위기와는 무관하게 SF의 정의는 '공상 과학'이다.
제가 영화를 보면서 헛웃음을 띄웠던 건 첫 장면부터였습니다. 만만한 알파 켄타우리가 등장하더군요. ‘알파 켄타우리까지의 항성간 여행’이라는 소재는 하드SF에서도 지겹도록 우려먹는 겁니다만, 영화에서는 약 4.7광년 거리의 그 별까지 그 거대한 우주선이 2156년에 단 6년 만에 도착했더군요. 호오... 확 깹니다.
첫 문단의 말은 거짓인 것 같다. '<아바타>와 카메론의 사이비 과학'이 좋은 글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논리에 좀처럼 적응하기 힘든 이유는 이전 글에서도 지적했듯 사실이 아니거나 사실로 인정하기 매우 힘든 것을 근거로 삼기 때문이었다. 각설하고 <아바타>에는 알파 센타우리가 등장하지도 않고 알파 센타우리라는 대사조차 안나온다. 설정 상으로만 알파 센타우리일 뿐이다. 그런데 "~더군요." 를 보면 알겠지만 영화에 알파 센타우리가 등장하는 것을 '보고' 헛웃음을 짓게 되었다는 뜻이다. 그래서 깜짝 놀라 확 깼다는 건데, 이것만 보더라도 얼마나 시작부터 적극적인 반감을 가지고 영화를 접했을지 짐작할 수 있다. 이것과는 별개로 옥토씨도 6년만에 ACA에 도착할 수 있는 기술이 150년 안에 나올거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3 아래 계속해서 상술한 여러 프로젝트 관련 내용은 옥토씨도 동감하며 영화에 아쉬움을 갖고 있던 부분이기도 하다. (길이도 너무 길고 옳은 내용이라고 생각해 줄였다)
하지만 문명의 확장 과정에서 에너지 고갈은 필연적이기 때문에 상온초전도체를 찾으러 고생할 필요조차 없다는 결론은 현재 초전도체의 응용에 대한 연구가 걸음마 단계인 점을 감안하면 적극적으로 동의하기 힘들다. 참고로 초전도체 연구에서 노벨 물리학 상이 여섯차례 나왔다. 대단한 연구의 진전도 아니고 임계온도를 조금 높이는 정도(물론 대단하지만)의 발견에도 노벨상이 주어지고 있다. 주류 물리학의 최정상에 있는 분들도 초전도체 연구의 잠재력이 매우 크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상온초전도체가 인류의 눈 밖에 날만한 납득할만한 설명은 뭐란 말인가? 100년 후라서?
그런데 그런 기술력과 자본이 가능하다면 왜 무기는 아직도 20세기일까요? 지구에 전쟁이 없어져서 무기 개발이 안 됐나? 그럼 해병대는 또 뭐야? 그리고 판도라 위성이 저렇게 큰 행성에 저만큼이나 가까이 있으면, 그 인력 때문에 위성 자체에 끊임없이 지진 활동이 있을 텐데, 어떻게 생물들이 안정적으로 진화했지? 저중력이라면서 왜 인간들의 움직임은 지구랑 똑같지? 엄청나게 비싼 미스터리 초전도체 광물질하며, 전자기적으로 공중에 둥둥 떠있는 섬까지. ‘트랜스포머’ 따위의 영화를 볼 때처럼, 차라리 뇌를 매표소에 맡겨 놓고 들어갈 껄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20세기에는 드래곤(영화에 나오는 전투기 이름)처럼 비행하는 전투기는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앰프 수트 역시 마찬가지다. 단지 소총과 보병이 등장하기 때문에 20세기라는 것이라면 되묻고 싶다. 전자식으로 살아갈 미래에는 물리적인 공격을 하는 무기 따윈 없어질 것인가? 혹은 군대에 보병이 없어진다는 뜻인가? 판도라는 지구가 아니다.4 이거야 말로 "100년 후에는 이럴거야" 식의 막연한 주장 같다. 게다가 무엇을 근거로 생물들이 안정적으로 진화했다는 것인지도 알 수 없다. 또 공중에 둥둥 떠있는 섬은 대사로 설명하지는 않았지만 설명한거나 다름 없다. 초전도체 광물과 자기장 때문일 것이다. 물리학을 공부하셨다니 자기부상이 뭔지는 알고 계시리라 믿는다.5
그래서 영화를 보고 나서 혹시 이 생각이랑 비슷한 걸 제기하는 사람이 있나 인터넷을 찾아봤습니다. 저는 그런 짓 아주 좋아합니다. 그러면 관심있는 주제에 대해 더 깊이 배울 수 있거든요.
그리고 그때 발견한 글이 다음의 글입니다. 이 글은 너무 사소한 논리적 오류까지 일일이 문제제기하며, 구구절절 설명을 늘어놓아서 ‘좀 과하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이긴 하지만, 공학 전공자들과 과학 매니아 모임에서 쓴 글이라서 읽어볼 만은 합니다. http://intuitor.com/moviephysics/Avatar.htm
그리고 그때 발견한 글이 다음의 글입니다. 이 글은 너무 사소한 논리적 오류까지 일일이 문제제기하며, 구구절절 설명을 늘어놓아서 ‘좀 과하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이긴 하지만, 공학 전공자들과 과학 매니아 모임에서 쓴 글이라서 읽어볼 만은 합니다. http://intuitor.com/moviephysics/Avatar.htm
여기서부터 급속도로 피곤해질거란 예감이 엄습했다.
다음은 링크를 neoscrum님이 번역하신 내용이다.
- 영화에서 ‘판도라’라는 위성은 (목성 비슷하게 생긴) 거대한 가스 행성 주위를 돌고, 그 가스 행성은 알파 켄타우리를 도는 것으로 묘사되는데, 알파 켄타우리 근처에는 그런 거대한 가스 행성이 존재하지 않는다.
- 설령 그런 행성이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지구에서 알파 켄타우리까지는 4.7광년의 거리인데, 거기까지 초고가의 물질을 가져올 수 있으리라는 가능성만으로, 영화에 묘사된 거대한 비행선을 단 6년 만에 광속에 가까운 속도로 수송한다는 것은 과학적으로나 자본주의적인 경제원칙으로는 성립 불가능하다. 광속에 가까운 비행에 드는 에너지 공급 문제와 비용, 광물의 탐사와 수송에 드는 비용. 등등.
- 설령 그런 행성이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지구에서 알파 켄타우리까지는 4.7광년의 거리인데, 거기까지 초고가의 물질을 가져올 수 있으리라는 가능성만으로, 영화에 묘사된 거대한 비행선을 단 6년 만에 광속에 가까운 속도로 수송한다는 것은 과학적으로나 자본주의적인 경제원칙으로는 성립 불가능하다. 광속에 가까운 비행에 드는 에너지 공급 문제와 비용, 광물의 탐사와 수송에 드는 비용. 등등.
세상에... ACA에 거대한 가스 행성이 존재하지 않는다니. 이분은 과학 다큐를 요구할 기세다. <콘택트>에 나오는 클린턴이 진짜 클린턴이 아니라고 꼬투리 잡는 셈 아닌가?6 광속 추진은 앞서 옥토씨도 아쉽다고 말했다. 경제원칙은 또 뭔가? 인류가 오로지 그것만 캐러 갔다고 생각하는 것 보다는 탐사하러 갔다가 그걸 발견했다는 것이 더 상식적이지 않을까. 6년이 길다면 현재 지구인들은 될지 안될지 모르고 기약도 없는 핵융합로 개발을 왜 하는걸까? 적어도 영화 상에서 언옵타늄은 분명히 존재하며 무력으로도 우세하다.
- 판도라에서 일할 사람들의 수송에 드는 비용. 영화에 나오는 군인과 과학자, 노동자들에게 왕복 12년간 이동 기간에 지불해야 할 임금만 해도 최소한 수천억 달러에 이른다. 아이들을 보낼 경우는 경비를 절감할 수 있겠지만, ‘아동 노동’의 문제가 걸리고, 차라리 로봇이 제일 낫지만 이것도 수송과 제작에 비슷한 문제가 발생한다.
왕복 12년동안 대부분 cryo에서 자고 있을테니 온도만 유지해주면 될 것이고 경비 걱정을 왜 하는가? 다 자기들 직업이 있고 기업에서 알아서 지불할텐데. '최소한 수천억 달러'는 우주선 값 포함인가? 아동 노동은 또...
- 인간과 판도라인의 DNA를 결합해서 새로운 동물을 만드는 것 자체도 엄청나게 많은 설명이 필요한데(외계인이 지구 생물처럼 DNA라는 구조를 가졌다는 사실만으로도 수치를 계산하기 힘든 우연이다.), 설령 그게 가능하다고 할지라도, 아바타를 실시간 통제하기 위해서 모든 정보를 실시간 상호 전송, 처리해야 한다는 문제가 남는다. 두 눈에서 나오는 초고해상 화면과 스테레오 소리 정보, 오감, 근육 통제를 위한 운동 신경 정보 등 엄청난 정보를 실시간으로 주고받아야 하지만, 어떤 송수신 장치도 나오지 않으며, 설령 송수신 장치가 나온다고 할 지라도 섬을 공중에 띄울 정도의 강력한 전자기장 안에서는 이러한 정보를 송수신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DNA가 생성될 가능성 자체가 수치를 계산하기 힘든 우연인 건 맞다. 하지만 이미 존재하는 생명이 DNA를 가질 가능성은 다르다. 차라리 인간이랑 비슷한 형태라는게 지나친 우연이라고 말하는게 어땠을까? 외계 생물이 DNA를 가졌다는 사실이 이상하다면 쥐나 원숭이가 DNA를 가지고 있는 것도 마찬가지다. 현재로서 DNA 말고 생명현상을 설명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있는가? 있다면 어떤 식으로 생물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인지 궁금하다. 외계 생명체에 DNA가 있어 불만이라면 아레시보 메시지에는 인간의 DNA 정보가 왜 '쓸 데 없이' 포함되어 있는지 돌아가신 칼 세이건 박사에게도 따져보라 권하고 싶다.
게다가 영화를 제대로 봤다면 아바타와 링크된 후에는 오로지 인간의 뇌파만 모니터링할 뿐이지, 영상이나 소리는 물론 위치도 알 수 없다는 사실을 발견했을 것이다. 영화에서 아바타가 어디서 뭘 하는지 모니터하는 장면은 결코 안나온다. 두 눈에서 나오는 초고해상도 화면은 도대체 누구 아이디어며 스테레오 소리 정보, 오감, 근육 통제를 아우르는 송수신 장치는 뭐란 말인가? 일반 안테나 장치로 이게 가능하다면 강력한 자기장 소용돌이 안에서는 전송이 될 수 없을 것이지만, 다시 말해 그런 건 영화에 안나온다.
물론 자세한 설명도 없다. 추측하기로는 본체와 아바타간에 직접 주고받는 (자기장에 영향받지 않는) 알려지지 않은 전파를 사용할 가능성도 있다. 카메론이 밝히기 전까지는 추측일 뿐이지만 설명이 없다고 상상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저런 식으로 근거 없이 초고해상도..가 나와버리는 순간 상상을 가로막게 된다. 이건 가히 나오지도 않은 내용을 만들어서 반박하는 신묘한 경지가 아닌가!
- 그런 전자기장의 존재 하나만으로도 이 영화의 모든 스토리는 전체적으로 수정되어야만 한다. 비행선들을 전도체가 아닌 물질로 만든다고 할지라도 그 안에 있는 운행, 무전 등에 필요한 그 많은 ‘전자 장비’는 어쩔 것이냐.
그래서 자기장 소용돌이 구역에서는 전자장비를 못쓰는 것으로 나온다. 그래서 시계비행을 한다는 내용도, 시계비행이 뭔지도 다 나왔다. 영화를 보긴 한건지 의문이다.
- 그런 강력한 전자기장 안에서는 인간의 뇌를 포함한 신경계도 작동하기 힘들기 때문에 생존 자체가 불가능한데, 인간들이 잘 돌아다닌다.
전자기장이 강하면 왠지 인간이 죽을거 같은가? 어느 정도면 인간을 죽일 수 있는 자기장인지(검증된 실험 결과라도 있는지) 궁금하다. 판도라의 자기장이 지구보다는 강하겠지만 전자기기 화면이 깨질망정 어떻게든 나오긴 나올 정도의 세기이다. 게다가 (언옵타늄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지만) 초전도체 외부에 가해지는 자기장이 너무 강하면 반자성을 잃을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부유섬이 떠다니는 지역이라 해도 인간이 죽을 정도의 전자기장이라고 판단하는 것은 섣부르다. 지구에도 지자기가 있고 노엄이나 제이크의 (죽은)형 토미는 3년간 훈련을 받은 것으로 나오는데 병사들이라고 놀진 않았을 것 같다.
비록 neoscrum님의 의견은 아니고(?) 번역한 내용이라지만 이견들을 보면 영화를 잘 안봤거나 과학적으로 설명이 가능한지를 따진다기보다 아예 자신은 생각할 줄 모르니 숟가락으로 떠먹여달라는 것들이 보인다.
- 판도라는 지구보다 저중력 위성이기 때문에, 인간은 그 위성에서 지구에서보다 훨씬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는데, 그런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그 약한 중력의 위성에서 진화한 판도라인들이 인간보다 더 잘 뛰어다니는 것은 아이러니다.
중력과 관련해서 옥토씨가 아쉬웠던 부분은 (비록 지구에 비해 얼마나 약한진 모르지만) 물리효과의 이질성을 충분히 표현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7 근데 위 의견은 참신한건지 모자란건지 분간이 안된다. 인간이 정글같은 곳에서 도대체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건가. 설마 3미터가 넘는 탄소섬유 골격의 원주민과 다찌마리 떠서 이기기라도 해야 만족한다는 말인가. 중학생이 써도 이보단 낫겠다.
그 밖에...
- 왜 나비끼리는 사헤일루를..
-> 하든 안하든 무슨 상관인가? 지들끼리 안한다고 못박지도 않았다. 그걸로 섹스를 하는지도...
- 전사는 왜 존재하는 건가?
-> 사냥하니까!
-> 사냥하니까!
등등의 과학하고는 동떨어진 내용들로 가득했다.
아~ 지친다. 정말이지 위에 번역해주신 내용은 입장의 차이라 생각하고 넘어가려고 해도 무언가 아쉬운, 사람을 붙잡게 만드는 묘한 병맛이 있다. 양도 무지 많다. 상상력은 다들 밥말아 먹었는지 설명이 안된, 설명할 필요도 없는, 심지어 설명이 된 부분까지 일일이 설명을 요구하고 있는데, 이런 사람들의 취향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이것들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영화가 과연 나올 수 있을까 싶다.
왜 이런 오류가 나타날까? 옥토씨는 이것이 매니아들의 성향이라고 본다. 스스로 SF에 일가견이 있다는 자부심과 그쪽 세계의 '오래되고 오만한' 전통에 가로막혀 <아바타>가 들이대는 이질감을 수용할 수 없기 때문인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두 영화의 같은 장면을 두고도 하나는 그냥 설정이니까 여전히 과학적으로 엄밀하고 다른 하나는 설명이 조금이라도 안되어 있으니까 허접하다는 불공평한 관점이 나오는 것일테다. 그리고 자신들이 경외시하는 영화나 소설들은 결코 상업적이지 않으며 완전무결한 걸작이라는 믿음. 그렇기 때문에 상업영화의 대표격인 카메론 감독이 '어린 시절부터 읽은 SF 단편 모두'에서 영감을 받아 -그러니까 감히 자신들이 우러러보는 성스러운 작품을 건드려서- 만들었다는 <아바타>가 달갑지 않았고 싫어해야 된다는 의무가 생긴 것 아닐까. 그리고 싫어하기로 작정한 영화를 두 번 볼 생각은 없기 때문에 줄거리조차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희미한 기억에 의존하게 되고 또 그러한 글을 참고해서 비슷한 글을 재생산하기 때문에 국내외 적지 않은 비평가들의 글에는 영화 내용과 전혀 다른 주장을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영화를 특정한 프레임에 가둬서 보면 실수들이 나오게 된다. 영화의 정보량이 많을 수록.
시나리오 집필에 대한 나쁜 예를 들어주셨는데, tech를 저런식으로 쓰다 보면 용어들이 그럴듯 하기만 하고 설명할 수는 없다는 문제가 생긴다. <아바타>에 등장하는 용어들은 설명이 된다. 위에 나왔던 분들처럼 모든걸 떠먹여달라고 작정하지 않은 이상.
따라서 <아바타>는 저런 식으로 만들지 않았을 것이다. 카메론에게 관심좀 가져달라고 무리하게 부탁할 맘은 없지만 그는 지금까지 모든 영화의 시나리오를 직접 써왔다. 앞서 언급했지만 무리하게 설명을 요구하지 말고 줄거리를 보면 거의 다 설명이 되어 있다. 이런 자세한 설명을 원하는 것인가?
"배트맨, 텀블러 괄호 열고 배트맨이 타고 다니는 탱크같은 자동차. 점프할 수 있는 이유는 원래 교량 건설 장비로 개발되었기 때문이며... 등등... 괄호 닫고 에서 배트포드 괄호 열고 텀블러의 앞차축과 바퀴 두개가 따로 분리되어 오토바이 형태로 변신한 상태. 엔진은 바퀴 안에 들어 있다 괄호 닫고 가 분리되어 나오는데 연료는 어디에 들어가죠?"
그리고 저런게 바로 과학성이라면 옥토씨가 알기로 저걸 모두 지킨 작품은 없다. 앞서 이야기한 왠만한 하드SF도 그런 원칙(?)까지 일일이 지키지는 않는다.
‘시간 여행’이 과학적으로 가능한가 하는 것은 물리학계에도 논란이 있습니다만, 스티븐 호킹의 <시간은 항상 미래로 흐르는가>라는 책을 참고하시고(좀 많이 어렵습니다), 터미네이터의 논리적 오류와 미래 시간표의 혼동은 http://www.assassin711.com/?p=214, http://io9.com/5191092/10-different-tim ··· universe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위 링크 읽으면서 어지럼증을 느꼈다(어느새 다 썼지만;). '시간 여행' 패러독스는 워낙 말들 많고 알만한 분들은 다 아실테니 생략하고 터미네이터의 논리적 오류나 미래 시간표의 혼동은 카메론이랑은 상관 없는 내용들이다. 터미네이터 시리즈 중 카메론 감독이 만든 것은 1,2편이다. 원래 설정대로라면 2편에서 끝나고 더이상 진행될 건덕지가 없다. 아예 작정하고 끝낸 시리즈를 폭스에서 억지로 재활용했기 때문에 조나단 모스토우의 3편부터는 완전히 별나라로 간 것이다.8 위 링크는 심지어 새라코너 연대기까지 물고 늘어진다. 악으로 깡으로 "난 카메론 싫어. 터미네이터 거부할래. 카메론이 안만들었어도 무조건 카메론 잘못이야!"라며 떼쓰기로 작정하지 않았으면 저 내용을 어디에 쓸까 모르겠다. 링크를 참고하다가 한숨만 쉬고 말았다.
아무리 원인이 옥토씨한테 있었다고 해도 이건 좀 고생스럽다. 근거로 소개하신 내용들 중에는 심각할 정도의 억지가 대부분이고 또 사람들이 그것을 읽으면서 '카메론=영화 대충 만드는 사람'이라는 편견을 가질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이번에도 쉽게 단정지으면서 아무 링크나 가져오고 가져올 때도 잘 검토하시지 않은 것 같다. 영화만 똑바로 봤어도 나오기 힘든 지적들과 옥에 티까지 소개해 주시고... 다분히 의도적인 폄하를 드러내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본다. 이런 경우, 반대 입장에서 어떤 글을 써도 균형을 맞추기는 역부족이다. 줄거리 파악이 안 된 상태에서 방향까지 미리 정해놓고 마구 쏟아내는 반론에는 '영화를 또 보시라'는 권유밖에는 못하겠다. 그냥 <아바타>는 초반에 언급한 걸작들과 마찬가지로 장점이 단점을 압도하는 작품이며 굉장히 재밌다는 개인적인 생각으로 마무리.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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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내가 읽어봐도 글이 너무 싸가지없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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